‘가장 힘들었던 시절을 드러낸다’는 건 더 이상 힘들었던 과거 시간에 얽매여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극복해낸 거죠. 구독자 여러분 중에서도 막막함과 불안함을 느끼는 분들이 계시다면, 여러분들의 하루 하루를 헤엄쳐 나가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
내가 지은 죄는 따로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가난이 죄였다. 이날 생긴 사건은 전부 나의 가난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2018년에는 모든 게 안 됐다. 불행을 막을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난은 확실히 겪어본 이만 아는 고통이고, 이건 말뿐인 위로 하나로 해결이 안 되는 슬픔이다. 그럼에도 위안 아닌 위안을 건네자면, 그건 우리가 죄를 지었기 때문이 아니다. 있지도 않은 원죄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탓하기보다는 차라리 아득바득 이를 갈며 돈을 버는 편이 낫다. 그게 슬픔을 막는 방법이다.
다들 스스로를 가난 속에 머물러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가 죄를 지어서 생긴 일이 아니다. 어떤 슬픔은 단순히 가난 때문에 생긴다.
146-150 <잘 될 것 같다가도 한없이 무너져 내릴 때>
#2
수영을 더 잘 하고 싶다. 수영을 하면 나도 모르게 ‘경제적’이란 단어를 떠올린다.
동작을 제대로 하면 힘을 덜 쓰고도 더 멀리 갈 수 있다.
물보라가 크면, 그만큼 힘의 손실도 크다.
물을 밀어내는 발차기를 하여
아주 경제적으로 소용 있는 몸부림을 해내길 소망한다.
어쩜 이건 수영만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112 <소용있는 몸부림>
#3
그 시절을 지난 후에 내가 얻은 것은 나는 어느 상황에서도 나를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이다.
나의 바닥이 거기였다. 내 삶의 심해에서 수압을 견디면서 나는 단단한 껍질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이걸 젊을 때 해봤다는 것이 의의가 크다. 이렇게 살아도 아무도 손가락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게 20대의 특권이라면 특권이다. 지질한 것이 용서된다. 지질함에 세금을 매긴다면 20대는 면세인 셈이다. 이때 돈보다 소중한 경험과 용기를 많이 얻었다.
그래서 그 당시의 일기에 자꾸 이런 말을 하는 거다. “돈이 전부처럼 보이지만, 돈이 다가 아니야.” 그래서 돈 버는 일 말고도 다른 도전을 할 수 있었고 끝내 지금의 내가 된 게 아닐까.
221 <돈이 없어서 할 수 있던 일>
#4
인간은 필요한 무언가가 없어서 괴로운 게 아니라
필요 없는 게 삶을 어지럽혀서 괴로운 거라고 생각해.
이럴 때는 청소가 필요해.
26-27 <조금 큰 청소>
#5
거기까지 다녀온 사람이야 내가. 그런 용기가 있으면 무너진 나를 언제든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여행할 때는 멋진 사진도 좋지만, 작더라도 귀중한 용기도 한 점 꼭 가져올 것. 일상 속에서도 내내 소중하게 쓰인다.
129 <점점 더 멀리 떠나게 해주는 여행>